월간 캐드앤그래픽스는 1993년 창간된 이래 12월로 창간을 맞고 있다. 처음 내가 1996년 한국에 왔을 때 2종류 이상의 CAD 관련 잡지가 있었다. 그 당시‘CAD/CAM’이라는 월간지에 기고를 하였으며, 나중에 캐드앤그래픽스에 기고하였는데 IMF 직후에‘CAD/CAM’월간지는 폐간되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 이유가 더 있겠지만 캐드앤그래픽스가 더 다양한 내용을 가져 갔기 때문에 생존한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이러한 것을 보면서 한국에서 엔지니어로 살아 가는 법에서 몇 가지 법칙을 제시하려고 한다. 특히 전세계적으로나 국내적 으로 힘든 시절이 오고 있다. 이러한 시절에는 잡지사나 기업이건,개인이건 살아남는 것이 관건이다. 어떤 고생물학자들은 지구에서 생물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강한 것이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아서 강해질 수 있었던 것이 결국 생존한다는 주장한다.
첫 번째 법칙은 우선 자신의 분야에 충실하라. 자신 있게 꿈꾸는 자가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전은 자기 분야에 유능하고 충실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것은 외부적으로 주위의 경외와 내부적으로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대기업의 CEO 중에는 화학, 수학, 건축, 기계공학 등을 전공하였으면서도 경영을 잘 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자신의 기초분야를 충실할 필요가 있다.
C&G TV 지식방송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면 서 그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생존하는 사람들은 자기분야에 우선 충실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은 짧은 시간 내에 자기분야에 전문가가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러한 전문가가 되는사람이 적은 이유는 능력보다는 방법론이 문제가 된다. 자기 분야에 전문가가 되려면 우선 무엇이 문제인지를 분석해 봐라.
초보자인 경우 역량, 노력, 기회의 부족이 문제이다. 역량을 키우고 노력을 하고 기획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중급자인 경우에는 방법론이 문제인데, 관리와 효율의 문제가 된다. 그리고 고급자인 경우에는 전략과 평가의 문제이며, 효과성에 대해서 평가하는 것 이 핵심이다.
전공분야이건 어학이건 최고가 되려면 몸에 일부처럼 항상 사용하라는 것이다. 신라시대 때 천재라고 불려졌던 사람인 최치원의 좌우명은 인백기천(人百己千)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백번을 하였을 때 나는 천 번을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법칙은 시작이나 실패의 두려움을 극복하라. 실패는 성공의 한 부분이므로 실패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실패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성공의 한 부분이지만 두려움 때문에 성공할 수 없는 모순이 생긴다. 사실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자체 보다는 실패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더 두렵다.
그러나 인생에 있어서 실패보다는 시도나 시작을 하지 않은 것을 더 후회하게 된다.
성공을 한 대부분의 것들도 처음 시도에서는 불안을 극복하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나 역시 처음 시작하는 일에 대해서 두려움이 앞서지만 젊은시절의 경험으로 이것을 극복한다. 20대 후반에 처음으로 진짜 암벽인 인수봉을 오른 적이 있다. 경험자와 같이 올라 갔지만 멀리서 본 인수봉은 어떻게 올라가야 할 지 절망적이고 두려웠다.조금 가까이 가보니 생각보다 암벽이 매끈하지 않고 손 잡을 곳
과 발을 디딜 곳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익숙해지고 나의 경험이 많아 질 수록 더 많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우리의 업무도 이것과 유사하다.
성공의 기준도 애매모호한 것이며,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나는 30대에 프로젝트 관리를 하면서 성공의 기준을 프로젝트 품질에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40대에 프로젝트를 하면서는 성공의 기준을 일정 완수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50대에 들어서 프로젝트의
성공기준은 고객의 만족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다시 말해서 고객의 가치를 지켜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 법칙은 지식이나 기술은 필요한 만큼만 발전한다. 다시말해서 절실하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몇 사람들은 취미로 영어를 하여도 잘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노력을 한 결과이다. 우리가 정말 영어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하든지
거기에 맞게 영어실력이 는다는 것이다. 미국 유학시절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일을 하거나 영어로 강의를 하면 엄청나게 영어실력이 늘지만 수업만 듣는 사람은 미국에 10년 있어서도 영어가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취미로 제빵기술을 배우는 사람과 제빵기술자가 그만 두어서 제빵기술을 필사적으로 배우려는 제과점 주인과의 학습밀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정말 그것을 원한다면 집중하고 희생을 치를 각오를 하고 뛰어 들어야지 어중간해서는 얻을 수 없다는 냉혹한 사실이다.
네 번째 법칙은 자신의 업무를 잘해라. 회사에는 일을 잘하는 사람과 일을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명확성에 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자기가 무엇을 언제 어떠한 순서대로 해야 하는 지를 아는 사람이다.
항상 이러한 것에 명확하게 정리하는 습관을 가져야 유능해진다.의외로 오랫동안 업무를 해도 수동적으로 하면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지만 무엇을 언제 해야 하는 지를 혼란해 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이것은 무능한 것처럼 보인다.
목표이건 업무이건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처음에 명확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이분법으로 정리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모든 업무와 지식의 첫 단계는 분류하고 특징을 정리하는 것이다. 특히 이분법은 가장 강력하다. 분명하고 이론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개인의 지식관리에도 노력하여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섯 번째 법칙은 연출하고 포장하는 기술을 가져라. 우리나라는 유교의 영향인지는 모르지만 포장하고 연출하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선입관을 가진 것 같다. 자신의 지식이나 생각을 연출하고 포장하는 것은 음식에 풍미를 더해주는 소스 같은 것이다. 많은 우리나라 엔지니어들이 이러한 점이 부족하다. 연출이나 포장의 기술의 시작은 프레젠테이션 기술이나 문서화 기술일 수도 있고 자기 브랜드를
선전하는 등 다양한 방법일 수도 있다.
내가 처음으로 연출이나 포장에 대해서 경험한 것은 사진을 배울 때였다. 가을단풍 계절에 지리산 속에 작은 폭포를 촬영하러 간 적이 있었다. 폭포의 수량은 많았지만, 주위의 바위가 말라서 칙칙해 보이고 단풍도 지저분하게 보였다. 우리는 마지못해서 몇 장 찍고 내려 가려고 하였을 때 작가선생님이 나타나서 사람들에게 바위에 물을 뿌리고 낙엽도 자연스럽게 뿌리고 사진을 찍으라고 하였다. 결과적
으로 아름다운 사진 작품을 얻을 수 있었다.
그 당시 아마추어 사진 학생들은 이것은 일종에 사기처럼 생각하였지만 이런 것을 프로 작가들은 연출이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사진작품으로 보고 있는 것은 대부분 연출에서 나온 것이다. 예를 들어서 아름다운 꽃에 붙어 있는 나비는 접착제를 붙인 것이고 아름다운 이슬은 설탕물을 분사기로 뿌린 것이다. 멀리 해가 떠오를 때 어선이 지나가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사전에 고용한 배가 지나가는 대부분 연출
이다. 연출과 포장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나누는 경계라고 할 수 있다.
1997년 11월 IMF가 시작되면서 KTX-2라는 국산제트기 사업이 극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사업을 포기하느니 혼란을 거듭하였으며, IMF 환란으로 고환율과 전문인력 부족으로 다음 해 2월까지 개발사업이 시작도 못되고 지지부진하였다. 갑자기 4월에 정부간의 개발검토회의를 하게 되었다. 사실 그 당시에 한 달 정도 설계한 것도 보여줄 것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여지껏 설계한 모든 3D 모델을 가지고 네비게이션, 키네메틱스, 피팅 등의 기능을 조합 사용해서 동영상을 만들었다. 다시 말해서 영화제작을 한 것이다. 모두 처음 사용하는 기능이라서 힘들었고 컴퓨터의 기능도 제한적이었지만 발표 마지막 시간에 보여준 15분짜리 동영상에 모두 감동하였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군 장성이 나가시면서 다 만들었네 하였다. 인간의 두뇌는 문서나 도면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나 동영상으로 반응한다는 것을 알았다.
여섯 번째 법칙은 지속적으로 자신의 비즈니스 가치를 발견하라. 는 것이다. 회사에서 당신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에서는 엔지니어의 비즈니스적인 가치가 문제해결 능력이라는 것이다.
나는 현업에서 CAE 엔지니어들과 일하면 그들이 비즈니스 가치에 대해서 무지하다는 것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경영진들이 제품개발 에서 중요한 결정을 자주 한다. 예를 들어서 제품의 성능과 기능이 초기의 요구사항을 만족할 수 있는가를 검증해야 한다. 기업에서CAE에 대한 비즈니스 가치의 기본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기업에서 CAE 부분의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가치는 검증이다.
제품개발에서는 사전에 이러한 것을 해야 되는데 CAE 엔지니어들은 회사의 입장에서 CAE 도구를 사용해서 내일 12시까지 제품의 내구성에 대한 수학적 모델링이 오차 안에서 안전하다면 비즈니스 가 치가 있지만 어떤 시점을 지나서 그 결과가 나온다면 아무런 비즈니스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경영진들은 CAE 도구나 지식에 관심이 없다. 이 제품설계를 지속적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대안을 찾을 것인가.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있는 가상모델링을 할 것인가 아니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목업이 나 파괴 테스트를 할 것인가를 수도 없이 결정해야 하지만, 엔지니어들 은 이러한 것에 대해서 무감각해진다. 이러한 것들이 CAE 엔지니어들 의 경쟁력을 저하시킨다. 이제는 CAE 엔지니어도 기업에서 자신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여야 생존할 수 있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문제해결에는 2가지 접근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즉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제거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관리체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현재 운영하는 체계 관리 방식의 개선이다.
예를 들어서 나에게 치통이 와서 정신적인 집중을 할 수가 없다면 사람들은 우선 진통제를 사용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는 나중에는 더 악화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충치를 제거 하던지, 아니면 충치를 치료하고 금속으로 커버하고 더 악화되지 않게 지속적으로 치아관리하여야 된다는 것이다.
일곱 번째 법칙은 변신하라는 것이다. 핵심은 가져가지만 지속적으로 변신하라는 것이다. 나는 특히 요즈음 힘들어 하는 고참 CAD 엔지니어들에게 변신을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많은 CAD 후배 엔지니어들이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지만 실천하지 않고 있다. 어떤 이들은 CAD하는 사람들이 CAE 지식도 공부해야 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나 역시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을 하였지만, CAE 분야는 CAD 분야
사람들에게 이질적이고 진입장벽도 높다. 차라리 더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는 자료의 시각화 쪽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여덟 번째 법칙은 결정을 하지 않아서 이익 되는 것은 없다. 현업의 팀장들은 잘못된 결정보다 결정이 지연되는 것이 더 나쁘다라는 말들을 한다. 다른 말로는‘장고 끝에 악수’라는 말도 있다.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무능한 관리자는 결정을 하지 않는다. 내가 30대 후반에 삼성항공에 팀장으로 근무할 때 나의 상사의 벽에 붙여진 글인데, 공감할 수 있어서 나 역시 벽에 붙이고 읽어보곤 하였다.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할 때 그 책임자는 정책에 대한 타당성을 스스로 제기할 수 있을 만큼 그 분야에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못할 경우 반대자의 공격을 받으면 쉽게 취소되거나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홉 번째 법칙은 생존철학은 생존의 가장 중심에 있다. 위대한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 정체성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된다. 즉 엔지니어도 철학과 명분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변신이 필요하지만 부정적인 변신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에는 가장 좋은 일은 명분과 실리가 모두 있는 것이 다. 그러나 가끔 그 중에 한 가지만 있어도 단기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즉 명분은 있지만 실리가 없는 것 그리고 실리는 있지만 명분이 없는 것 등이다. 하지만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다면 절대 하지 마라. 인생을 낭비하고 생존전략에도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 함께 하는 세상이다. 정정당당하게 살지 않거나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신뢰성이 없는 엔지니어들은 그 자리에서는 권력을 가진 것 같으나 그 자리를 떠나면 곧 사라져 버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에 읽은 <세상은 평평하다>라는 책에서 이 세상에는 4종류의 노동자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마이클 조던 같은 유명인사는 Special worker, 변호사, 의사 등은 specialized worker, 동네에 유명해진 단골집 같은 자리잡은 노동자인 anchored worker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끊임없이 노력해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노동자들이며, 아웃소싱 할 수 없도록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미래의 새로운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할 지를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1990년대 중반의 인터넷 출현은 우리사회와 기업 그리고 개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며, 미래에 어떠한 것이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월간 캐드앤그래픽스도 생존을 위한 지속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인터넷을 통한 C&G TV 지식방송방송을 시작하였다. 인터넷 시대를 사는 출판사의 변신은 필연적이라고 생각된다.
지난 2008년 5월 부터 시작한 인터넷을 통한 독자들과의 만남을 작게 시작하였지만 미래에는 월간 캐드앤그래픽스의 근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현재 한 달에 두 번 이슈 편과 피플 편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지식방송의 비전은 Hot issue와 Cool people이다. 특히 미래의 인터넷의 특징인 참여와 집단지성을 강조하고 있다. C&G TV 지식방송 이 여러분들의 경쟁력 제고에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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